선교적 교회로서 작은 교회  

조철수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 탈중앙화가 가속화되고 수평적인 공유관계가 이루어지는 사회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빠르게 세워지고 변화하는 과도기 상태가 지속되는 급변하는 시대이다. 교회적으로는 사역중심 교회에서 공동체성이 강조되는 교회로, 목회자의 카리스마 리더십에서 평신도 리더십으로, 사람을 모으는(attractive) 목회에서 보내는(missional) 목회로 전향되고 있다. 한국 및 미주한인교회도 동시대적 변화를 겪고 있다. 한국교회는 20세기에 성장한 일부 중형, 중대형, 대형 교회가 윤리적 타락, 재정 비리, 교권의 세습, 지도자의 전권 행사 등으로 세속화되면서 많은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 어느 교회에도 소속되지 않은 상태로 교회 밖에 머물러 있다. 이민교회는 두 문화 속에서 DT세대(Digital Technology Generation)에게 신앙을 바로 전수하지 못하여 많은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이 한인교회를 떠나고 있다. 교회는 시대의 변화와 세상의 요청에 응답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상의 교회는 도래할 하나님 나라로 들어가는 구원의 공동체로서 세속 문화를 거슬러 말씀과 성령충만으로 경건의 새 옷을 날마다 입는 생명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부정적이고 죄악된 문화와 전통은 깨닫는 데로 벗어버리고 긍정적이고 생명을 소생하게 하는 문화를 창조하고 새로운 신앙의 전통을 굳게 세워야 한다. 21세기 성령의 시대에 현대인의 영적 요청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교회로서 선교적 교회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교적 교회 운동이 보편화되면서 작지만 강한 선교적 교회가 여러 환경 속에서 지속되고 있는 사례는 고무적이다. 

일반적으로 작은 교회는 인원수가 적고 재정이 연약한 교회이다. 미국 교회 성장 연구가인 더글라스 월래스와 라일 샬러는 등록교인 75명을 매우 작은 교회로 부르고, 출석인원 35명을 작은 교회로 구분한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 정재영은 작은 교회는 교인이 적은 교회이지만 교회 안에서 공동체성을 추구하고 교회의 본질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는 교회라고 정의한다.  작은 교회는 독특한 환경과 생존 조건을 갖는다. 개척단계에서 작은 교회를 추구하며 교회를 세워갈 수 있지만,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존 교회가 작은 교회로 되는 경우도 있다. 작은 교회는 미자립 상태가 많다. 작은 교회의 큰 어려움은 아무래도 재정과 인력이다. 그럼에도 작은 교회가 갖고 있는 장점은 많다. 강한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어 신약교회가 보여주었던 성경적 코이노니아를 이룰 수 있다. 주인의식이 강하고 지역사회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는 역동적이고 독특한 사역을 창출할 수 있다. 교역자와 평신도의 인격적 유대관계가 가능하고, 모든 성도 관계가 친밀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성숙한 공동체로서 비신자를 환대하여 구원하는 가정교회 사역을 감당할 수 있다. 성경 공부, 영성훈련, 주일예배, 다음 세대 교육이 가정 연합으로 이루어지게 됨으로써 지성적 신앙으로 머무르지 않고 감성과 영성이 조화롭게 적용되는 통전적 신앙을 추구할 수 있다. 온 가족이 함께 주일예배를 드릴 수 있고, 이중언어 예배와 성경공부, 생활 속 경건훈련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깊고 성숙한 신앙을 전수할 수 있다. 

영국 성공회는 국교회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정체와 교인 이탈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선교적 교회 모델을 만들어 시대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다. 성육신 신학을 재해석하고 적용하여 기존교회가 선교형 교회 즉 선교적 교회로서 지역사회 안으로 들어가도록 독려하고 있다. 부흥과 성장을 쫓는 이기적 교회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필요를 공감하고 채워주는 이타적 성육신화 된 공동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지역교구를 지역 교회로 전환하면서 선교형 교회로 탈바꿈하고 있다. 북미지역은 건물 중심의 교회가 아니라 구원받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신자들이 가정에서 모여 신약시대 가정교회를 실천하는 작은 교회가 풀뿌리처럼 퍼져가고 있다. 교회건물로 모이는 교회가 아니라 성도 자신이 건물이 되어 가정을 열고 비신자를 초대하여 환대하고 섬겨 건물을 지어가는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  

작은 교회는 또 다른 작은 교회와 연합 공동체를 이루기도 한다. 문화적 필요가 있는 지역사회에 연주회나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창조하는 문화활동을 제공하는 선교적 교회 연합이 있다. 배움의 기회가 없는 열악한 환경의 다음세대를 위해 폐교를 인수하여 다음세대가 지식을 배우고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시설과 기회를 주는 선교적 교회들이 있다. 영어로 한글학교를 운영하면서 타문화 다음세대가 갖고 있는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해주면서 복음으로 환대하는 선교적 교회들도 있다. 교회에 아담한 레이첼의 우물터를 만들어 대화의 장소가 되는 쉼터를 제공하고 헌신된 전문 상담가가 개인상담을 해주는 선교적 교회도 있다. 교회에 있는 약사, 의사가 모여 무료 진료하고 간단한 약을 처방해 주고 처방전을 적어주는 선교적 교회도 있다. 이와 같이 작은 교회가 만들어 가는 다양한 선교 사역은 선교적 교회의 가능성을 확인해 준다. 작지만 강한 선교적 교회가 고국과 이민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서로 기대하고 또 서로 돕는 네트워크가 세워 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