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적 영성
조철수
21세기 과학기술 문명이 편만한 사회 속에서도 영성이 보편화되고 비신자 혹은 타종교에서도 영성을 추구하고 있는 세태를 보면서 인간은 여전히 영적 존재인 것을 깨닫게 된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 개혁주의 전통 안에서 하나님의 형상은 모든 사람에게 존재한다. 칼빈(John Calvin)은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인간에게 영적 인격성이 주어졌다고 말한다. 비록 인간의 죄가 하나님의 형상을 손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타락이후에도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니고 있다. 이는 이성(reason)적 지성과 이해(understanding)하는 감성으로 나타난다. 루이스 벌코프(Louis Berkoff)도 인간이 타락함으로 하나님의 형상이 손상을 입었지만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이론에 동의한다. 하나님의 형상이 잔존하게 때문에 인간은 이성적이고 도덕적 본질을 지니고 있으며 그 본질은 죄로 인해 상실되지 않았고 인간이 자기의 존엄성을 포기하지 않는 한 결코 잃어버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이루어져야 할 영성이 죄로 인하여 오염되었겠지만 여전히 영성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영적 요소이다.
성경적 영성은 관계의 영성이다. 영성을 추구하는 생활은 세상과 고립된 생활이 아니라 세상 속에 있으면서 세상과 구별되는 삶이다. 그리스도인이 세상과 구별되는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함으로 성령 하나님이 내면에 임재하기 때문이다. 다른 영의 지배를 받지 않고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른다. 성령님은 인간의 내면세계를 지배하여 명령하고 주도하지 않는다. 이성으로 깨닫게 하고 이해하도록 하여 스스로 자유의지를 가지고 결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선포된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때, 순종하기로 결단할 수 있는 능력이 성령님의 내주로 인해 형성된 영성에서 나온다. 자유의지로 결단하고 실행에 옮겨 새사람으로 변화되어가는 모습은 다른 영이나 인간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결단한 것 같지만 내가 아니라 내 안에 계시는 성령님께서 하신 것이다. 성령님의 말씀을 듣고 순종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지로 이루어진 결단은 시간이 지나면, 어려움에 직면하면 약해지고 변질된다. 그러나 성령님의 음성을 쫓아 순종하는 자유의지는 말씀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세우고 잎을 내어 결국 열매를 맺게 한다. 실패를 거듭해도 포기하지 않고, 시험이나 역경에도 물러나지 않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언제나 정직하며, 자신의 유익을 쫓아 살지 않고, 타자를 위해 기꺼이 양보할 수 있는 대담함은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 때 이루어지는 성경적 영성의 통전적 인격에서 나온다.
이 영성으로 신약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은 순교의 현장에서도 찬송을 부르며 하늘을 보고 천국에서 기다리고 계신 예수님을 바라보고 신앙을 지켰다. 인간의 의지라면 할 수 없었던 순교의 신앙도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하면 감당할 수 있다. 현대에도 그리스도인의 순교가 직간접적으로 일어난다. 선교의 현장에서 예수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순교를 당하는 현상을 보게 된다. 도시에 사는 그리스도인들도 순교를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포기하고 타자를 섬기며 손해를 감내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자신의 시간과 물질을 기꺼이 복음을 위해 하나님 나라를 위해 내려놓고 사용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순교의 신앙을 배워 나가는 과정 중에 있다. 자신의 성공과 가족의 행복보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복음을 증거하고 목장에서 섬기는 모습은 순교정신의 씨앗이다. 하나님의 형상이 비신자에게도 있음을 믿고 예수님의 사랑으로 메마른 마음을 해갈 시켜 은혜를 깨닫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도록 하는 모든 수고와 섬김은 바로 순교의 신앙을 실천해 나가는 모습이다. 고든 웨이크필드(Gordon Wakefield)는 성경적 영성은 내면 생활이나 속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영성은 영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몸을 위한 것으로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계명을 통전적으로 이해하고 지향한다고 설명한다. 그리스도인의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과 같이 모든 세계와 모든 인간과 창조물에게 확장되어야 한다.
성경적 영성으로 성장하고 성숙한 사람은 무기력하거나 게으르지 않는다. 하나님이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요 5:17)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처럼 성실하신 하나님을 본받아 살아야 한다. 이 또한 내 의지로 이룰 수 없다. 오직 성경적 영성에 집중하여 성령님의 음성을 듣고 순종할 때 일어난다. 물질을 얻고, 성공하고, 실적을 내는 일에는 열심을 내지만 보이지 않는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는 소극적인 신자는 삶의 우선순위를 바꾸어야 한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수고하면 하나님은 내 일을 책임지신다. 성경적 영성은 바로 하나님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예수님 말씀에 순종하며 성령님의 음성에 복종하여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를 이루어 가는 삶이다. 하나님이 그토록 이루고자 하시는 영혼 구원을 통해 비신자들을 제자삼고 그들이 다시 목자가 되어 복음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이 일어날 때 교회는 선교적 교회가 되고 성도의 삶은 선교적 삶이 된다. 지금도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들, 교회의 지체로 세워지지 못하고 방황하는 명목상의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한 몸을 이루어 지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생활이 바로 성경적 영성의 선교성이다.